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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멋있는 것 이 사진은 부천필 홈페이지에서 무단 복제한 사진 .. 부천필의 2012 신년음악회 첫 번째 곡인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가 끝난 후 아들이 말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멋있는데요..' 좋은 공연은 아이돌 그룹의 음악만 줄창 흘러나오는 mp3플레이어를 하루종일 귀에 꽂고 다니는 고딩에게서도 이런 반응을 얻을 수 있다. 기뻤다. 아들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목이 너무 아파요.'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자리가 마땅치 않아 그나마 나아 보이는 2층 맨 앞자리를 선택했던것이 실수. 몇 년 전 부천 필 공연을 보기 위해 부천시민회관에 처음 왔을 때가 기억난다. 두 번 놀랐다. 일반적인 연주회장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민방위 훈련장 같은 시설에 놀라고, 열악한 시설 따위 초탈한 듯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솜씨에 놀.. 2012. 1. 31.
일요일의 마음 일요일의 마음 _ 이남호 _ 생각의나무 낑낑대며 앰프에서 선을 따와서 아이팟에 연결하고 김광석의 노래를 틀은 다음 볕 드는 창 옆에 쪼그리고 앉아 이남호 교수의 책 일요일의 마음을 펼쳤다.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띄질 않아서 며칠을 검색해 중고로 구입한 책. 한번에 읽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읽느라 몇주가 걸렸다.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다. 내가 사랑하는 큰 나무는 푸른 궁륭이 되어 있다. 그 주위엔 큰 나무 왕의 신하들 같고 백성들 같은 작은 나무들이 연두색 비단 휘장이 되어 사방을 둘러치고 있다. 나는 시원한 샘물로 땀과 갈증을 씻고, 큰 나무의 푸른 궁륭아래 매트리스를 깔았다, 누우니 눈앞에 새로운 화면이 펼쳐진다, 나뭇잎들은 기억속의 푸른 새떼가 되어 고요하게 하늘을 뒤덮고 있다, 나뭇잎 사이.. 2012. 1. 24.
The mouth is mightier than the pen? 예전에 1년 정도 잡지 표지일 할 때 친해졌던 0기자. 오랜만에 밥 먹자고 찾아왔다. 평소와 달리 얼굴 표정이 밝지 않다. 밥 먹고 커피숍에 앉아서 근황 토크. 회사가 파업 중이라 한가하다고. 잡지사를 나와서 기독교 베이스의 신문사로 옮긴지 몇 년째인데.. 편집권을 가진 윗분께서 기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재단 입맛에 맞춰 기사를 멋대로 자르고 붙이기를 계속..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올 리 없는 상황이 계속되다가 결국 파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숨 쉰다. 한 달 동안 계속 파업 중인데 월급이 나올 리 없지. 두 자녀의 가장으로서 쉬는 한숨과, 어떻게 되던지 재단의 강압적 개입은 계속 될것이 뻔한 상황속 기자의 자괴감 섞인 한숨에 무력감이 겹쳐보인다. 두어 시간 동안 서로 하소연과 푸념을 늘어놓다 보니 지금 우.. 2012. 1. 22.
Sibelius Violin Concerto 정경화 Jean Sibelius :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 _ 정경화 / Andre Previn /LSO _ Decca 요정들의 음악 소리를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여자는 검은숲 속 깊은 곳 하얀 눈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를 하면 나무와 바위도 그 연주를 따라 춤춘다는 자주색 옷의 마녀 소문을 들었다. 그 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숲으로 향한다. 이끼 가득한 바위를 넘고 안개 자욱한 호수를 지나 걷고 걸어도 하얗게 쌓인 눈, 검푸른 나무의 그림자만 이어지는 거대한 겨울의 숲. 오케스트라의 눈보라 사이로 끊어질듯 이어지는 바이올린 소리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나무가지에 걸리고 바위에 쓸린 상처에서 피가 흘러 하얀 드레스가 붉게 물들어 버리는것도 모른채 일렁.. 2012. 1. 15.
주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Parce mihi domine _ Officium _ Jan Garbarek / Hilliard Ensemble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담배를 피워본게 언제였던고.. 언제나 건물 구석진 곳에서 뻑뻑대며 니코틴을 흡입하듯 들이마셔야 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 창가에 앉아서 재떨이 가져다 놓고 정식으로 담배를 피웠다.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간 연기가 창을 통해 회색 공기와 섞이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는 동안. 아련한 합창소리와 날카로운 색소폰 소리도 섞여서 뒤통수로 들어와 정수리 근처를 빠져나간다. CD 틀어놓고 김근태 선생을 생각하며 담배 한 대 피웁니다. 2011. 12. 31.
김근태 선생... 김근태 선생 1947년 2월 14일 ~ 2011년 12월 30일 하나님께서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상처를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시겠지요.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당신이 계신 곳으로 가게 될겁니다.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http://www.ddanzi.com/blog/archives/54073 2011. 12. 30.
어쨌든 지중해 근처에서 서성인 휴가.. 휴가 마지막 날. 카메라타나 다녀올까 생각하며 마루에 잠깐 누워 있는데 눈에 들어온 책장속 하루키의 먼 북소리. 아무 생각없이 꺼내서 훑어 보다가 정신 차려보니 시계가 벌써 한 시. 귀찮게 뭘 나가려구.. 등짝을 붙드는 따땃한 마루바닥 때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오늘은 마루와 함께 하기로 작정했는데 이번엔 음악이 문제. 장대건을 먼저 들을까, 줄리안 드림과 존 윌리암스를 먼저 들을 것인가로 또 망설이다가. 장대건으로 결정하고 커피를 끓일까 나가서 사올까 하는 문제로 또 망설이다가. 그냥 집에서 끓인 커피 마시며 먼 북소리를 읽다가 책상 위에 있는 김훈 선생의 공무도하를 발견. 먼 북소리를 계속 읽을것인가 원래 읽으려고 마음 먹었던 공무도하를 읽을 것인가 생각하며 망설임. 부유하듯 흐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2011. 12. 28.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_서경식 / 박광현 _ 창비 프리모 레비 생환 22년후. 자신이 수용되었던 아우슈비츠의 화학공장 부나에서 일하던 뮐러라는 독일인을 우연히 찾게 되어 편지를 보낸 뒤 받은 답장은 "당신의 책을 읽고 '감동'받았으며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만나기를 청"하는 내용.. 그는 첫 편지에서 과거의 극복에 관해 썼다. 나는 그 후에 이것이 오늘날 독일의 상투적인 문구, 완곡한 어법이며 넓게는 나찌즘의 속죄라고 이해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포함된 어간인 wält가 '지배, 폭력, 강간'이라는 말로도 쓰이고, '과거에 폭행을 가하다'로 번역해도 그 본래의 의미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렇게 상투적인 문구로 빠져나가는 편이 다른 독일인.. 2011. 12. 26.
추상같은 위계질서의 조폭 패밀리 불멸의 신성가족 _ 김두식 _ 창비 : 성접대 의혹을 묻는 PD의 전화에 '감히 니가 뭔데'라고 쏘아 붙이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술값, 떡값, 성접대를 당연하게 여기고, 자동차와 핸드백 거침없이 받아 챙기던 사법공무원들을 이해하기 위한 단초. '패밀리'정신으로 무장되어 안으로는 너그럽지만 밖으로는 추상같이 법집행을 실천하는 검사와 판사 작동 설명서. 희망제작소에서 기획한 목적 때문인지 책 말미에 '억지로 찾아본 희망'이라는 챕터가 있습니다만 그 부분을 읽고 나서도 우리가 지금 이따위 시스템에 의지하여 살고 있구나..하는 까마득하고 암담한 기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학교측의 비리에는 침묵하던 법이, 학생들이 학교 주차장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걸 보고 변교수는 '약자가 몸을 일으키.. 2011.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