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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바랜 꿈 _American Dreams Charlie Haden with Michael Brecker_American Dreams 미국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자동차 한 대 렌트해서 미국을 가로질러 횡단 여행을 해보고 싶어진다. 어쩌면 에드워드 호퍼 그림에 나오는 것 같은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휴게소에서 커피 마시고, 모텔에 묵게 될지도 모르지. 해가 지는 평원을 가로지르는 동안 두번째 트랙 Travels의 마이클 브레커의 색소폰 소리가 흘러나오면 볼륨을 크게 키운 다음 조수석에 앉아 대시보드에 발을 올려놓고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는 상상을 한다. 넓게 펼쳐진 초원에 있는 그림같은 집 하나. 그 집으로 다가서면 집 주인장이 총 겨누면서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도시에서도 마찬가지. 산.. 2012. 5. 19.
꼰대의 과정 사진 출처는 http://www.harrybigbutton.com/ 지난 주 탑밴드 2에서 해리빅버튼의 등장을 보며 오지오스본을 떠난 제이크 리가 배드랜즈의 첫 앨범을 들고 나왔을 때 만큼 반가웠다. 시원한 목소리와 기타소리! 그야말로 허걱~했다. 나이 꽤 있어 보이는 보컬 아저씨가 '15년만에 다시 음악하게 되었다'고 한 인터뷰는 '먹고 살기 위해 음악은 접었어야 했어요.'로 해석됐다. 언젠가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김도균씨가 20년 된 낡은 국산 소형차를 운전하며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라고 특유의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김치볶음밥 정말 좋습니다' 하며 웃는 얼굴을 보며 민망해졌던 기억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도균씨의 진지한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고, 기타 연.. 2012. 5. 15.
2012. 5. 11. i am sammy 마루에 내려 놓자마자 된 똥을 세 방 싸며 등장한 동생네 개 싸미. 저녁 먹으러 나가면서 잠시 마루에 혼자 두었었는데 돌아와 문을 여니 현관 바로 앞에 앉아서 사람들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안아 올리니 바들바들 떨긴 했지만 따뜻한 몸뚱아리의 쬐끄만 강아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냄새 맡고 들여다 보며 탈탈탈 뛰어다니더니 가는길에도 현관 앞에 오줌을 갈기고 퇴장했다. 김진현이 '동생 하나만 낳아주면 안되요?' 징징 거리다가 '개 한마리만 데려 오면 안되요?'로 바뀐지가 꽤 되었는데.마루에 똥 싸고 중구난방 돌아다니는 요녀석과 한시간 함께 있더니 '개 기르는 거 안되겠네요.'로 다시 바뀌었다. 다행이다. 김진현. 아빤 마음이 복잡하다. 오늘 네가 아빠에게 팔씨름 이겼으니 앞으로 쌀 택배 오면 베란.. 2012. 5. 13.
하루에 한가지 즐거움_일일일락 일일일락 _ 황인숙 / 선현경 _ 마음산책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상을 어렵지 않은 생활의 언어로 담백하게 쓴 책. 그래서 더 깊게 느껴진다. 하루에 한 페이지. 짧은 글이지만 단어와 문장 사이, 행과 문단 사이에는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한 정경, 느낌, 감성,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런 것들을 찾아서 고개 끄덕이며 읽다보면 희한하게도 성별, 나이, 환경, 하는일 몽땅 다 다른 글쓴이에게 공감하고 동질감마저 느끼게 된다. 사실 고양이에게 먹이주고. 친구들과 한강변을 걷고. 뽀글뽀글 파마 만 머리에 스카프를 쓴 채 커피를 마시는 한가로운 일상속에 뭐 대단한 일들이 있을까만. 글쓴이의 단조로와 보이는 삶은 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고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집착이나. 움켜쥐고 있는 욕망처럼. 많은것들을 스스로 .. 2012. 5. 11.
2012. 5. 8 아빠는 라면을 끓일테니 너는 설겆이를 하도록 해라. 불만있냐? 불만 없어요. 라면 하나 끓여서 먹고 찬밥 남은것도 말아 먹은뒤 설겆이 한다. 내가 설겆이 할 때 뒤에서 몇 번 보더니 곧 잘 하는군. 아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평소 이 시간이면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 나는 냉장고 헤집으며 간식 준비하고 있을 타임인데 멍청하니 컴퓨터 뒤적이고 있다. 덜렁. 겨우. 기껏해야. 삼일 집 떠나있는건데 무지하게 허전하다. 희한하네. 어버이날이라 그런가.. 2012. 5. 8.
푸른색 블루스_Super Session Mike Bloomfield, Al Kooper, Steve Stills _ Super Session 1968 15년간 보던 신문을 끊었다. 그동안 몇 번 신문 기사에 마음 상한적이 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었다. 며칠전 기사를 읽으며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심드렁하게 넘겼는었데, 그 기사 때문에 인터넷에선 꽤 시끄러웠던 모양이었다. 뭐 이런것 가지고 이 난리인가 생각했지..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트위터가 문제였다. '내 편이 아닌 독자들을 향해 바짝 날이 서있던 비아냥과 선민의식에 황당햇다. 이건 문제될만 하다 생각했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듯 다음날 신문에 구독료를 올린다는 공고가 난 것을 보고 바로 전화해서 그만 넣으라고 했다. 나이 사십 넘은 놈이 왠 치기인가.. 싶기도 했지만 당분간 신문.. 2012. 5. 1.
남루한 내 인생 _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_ 니코스 카잔차키스 / 이윤기 _ 열린책들 4월. 정확히 2일에 걸린 감기가 심해졌다가 나아졌다가 반복되며 맞은 11일. 아침 7시쯤 할매 손 잡고 빗속을 걸어 투표하고 왔다. 비유티.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개표방송 보면서 멘탈과 함께 바디도 붕괴되어 버렸다. 오한에 콧물에 재채기까지 덮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인후마저 땡땡 부어 완전히 테이스트 곤. 그 주는 어떻게 어떻게 대충 버텨봤지만 그 다음주까지 이어지는 감기에 완전히 뻗고말았다. 20일 가까이 끙끙 앓다가 겨우 낫나 싶었는데 이번엔 장염에 걸려 위아래로 토하기 시작. 다시 그로기 상태로 녹다운. 대충 몸을 추스리니 어느새 4월 마지막. 그 사이 아파트의 벚꽃은 망할 놈의 세찬 바람에 모두 후두두 떨어져 버렸다. 꽃잎의 잔해 .. 2012. 4. 28.
everymen 에브리맨 _ 필립 로스 / 정영목 _ 문학동네 전화를 받던 아버지가 갑자기 너털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아, 그래? 정말이야? 허허허.. 그래 언제? 허허허.. 그거 참 웃기는 놈일세.. 허허허.. 그래 그래 그때 보자구.' 친구분께서 소화가 잘 안된다고 투덜대시며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신 뒤 병원에 가셨는데. 이것 저것 검사를 받던 중 생각지도 못한 암이 발견되었다 한다. 날짜를 급히 잡고 입원하고 수술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상황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 슬퍼해야 할 아버지는 희한하게도 '거 참 웃기는 놈일세, 클클클' 웃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젊은 사람들과는 달리 나이 드신 분 들은 그렇게 죽음을 여유로운 태도로 받아들이는갑다 싶었다. 내가 뭘 알았겠나.. 아직 삼십도 되기 전이었으니까.. 몇년 후. 중환.. 2012. 4. 5.
나그네의 옛 이야기_박인수 (신촌블루스 1) 신촌 블루스 1집 _ 지구레코드 (1988) 파라오가 야곱에게 물었다. "얼마나 수를 누리셨소?" "이 세상을 떠돌기 벌써 백삼십 년이 됩니다. 얼마 되지는 않으나, 살아온 나날이 궂은 일뿐이었습니다..." 창세기 47장 8~9 이 나그네는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고 고아로 살다가 16세에 미국으로 입양되어 잘 살았습니다. 라고 하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겠지만. 야곱의 말처럼 삶이란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나이 들어서야 조금씩 느낀다. 입양된 가정에서 불화가 생겨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그네는 클럽을 전전하며 노래를 하다가 신중현의 눈에 띄어 '봄비'라는 노래로 스포트라이트 받는 가수가 되었다. 까지만 해도 얼마나 좋았을까. 안정된 삶이 이어졌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갑자기 훌쩍 떠나 버리는 기행이 .. 2012.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