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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Sibelius Violin Concerto 정경화

by gershom 2012. 1. 15.

Jean Sibelius :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 _ 정경화 / Andre Previn /LSO _ Decca

요정들의 음악 소리를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여자는 검은숲 속 깊은 곳 하얀 눈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를 하면 나무와 바위도 그 연주를 따라 춤춘다는 자주색 옷의 마녀 소문을 들었다. 그 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숲으로 향한다. 이끼 가득한 바위를 넘고 안개 자욱한 호수를 지나 걷고 걸어도 하얗게 쌓인 눈, 검푸른 나무의 그림자만 이어지는 거대한 겨울의 숲. 오케스트라의 눈보라 사이로 끊어질듯 이어지는 바이올린 소리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나무가지에 걸리고 바위에 쓸린 상처에서 피가 흘러 하얀 드레스가 붉게 물들어 버리는것도 모른채 일렁이는 밤의 숲을 지난다. 며칠이 지났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햇빛이 숲천장에 숭숭 구멍을 내고 하얗게 내려앉은 아침. 마침내 햇살속에서 반짝이는 바이올린을 만났다. 자신도 모르게 바이올린을 집어들어 턱에 괴고 조심스럽게 현을 긁어본다. 숲에 들어설 때 들려오던 그 소리. 여자는 자주색으로 변해버린 치마 펄럭이며 춤추듯 연주를 시작하고 바위와 나무가 그 뒤를 따라 덩실덩실 춤을 춘다는 얼빠진 상상을 하게 하는 정경화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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