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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꼰대의 과정

by gershom 2012. 5. 15.

      사진 출처는   http://www.harrybigbutton.com/


지난 주 탑밴드 2에서 해리빅버튼의 등장을 보며 오지오스본을 떠난 제이크 리가 배드랜즈의 첫 앨범을 들고 나왔을 때 만큼 반가웠다. 시원한 목소리와 기타소리! 그야말로 허걱~했다. 나이 꽤 있어 보이는 보컬 아저씨가 '15년만에 다시 음악하게 되었다'고 한 인터뷰는 '먹고 살기 위해 음악은 접었어야 했어요.'로 해석됐다. 언젠가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김도균씨가 20년 된 낡은 국산 소형차를 운전하며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라고 특유의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김치볶음밥 정말 좋습니다' 하며 웃는 얼굴을 보며 민망해졌던 기억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도균씨의 진지한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고, 기타 연주 시키면서 참 잘했어요 건성으로 칭찬하던 밉상 연예인들 보며 아, 저 일도 쉽지 않겠구나 울컥하던 기억 때문에.


머리 기르고 쫙 달라붙는 청바지에 베이지색 부츠 신고 기타 등에 메고 다니던 소시적. 아부지께서는 늦은 밤 내 방문 앞에서 내가 잠들기를 기다리며 가위를 들고 서성이셨다. 전쟁 때 피난 보따리에 푸치니와 베르디의 판떼기를 먼저 챙기셨던 아버지는 '왜 네가 좋아하는 노래는 왜 그렇게 모조리 소릴 지르고, 소리 안지를 때는 도대체 왜 대가리를 흔들어대냐?' 도저히 이해 하실 수 없으셨던것 같다. 긴 머리나 꽉끼는 바지.. 하고 다니는 꼴 모조리 마땅찮았던 건 어줍잖아 보이는 아들놈 걱정의 아부지식 표현이셨겠지. 더군다나 딴따라짓으로 벌어먹고 살겠다는 넋나간놈을 현실 세계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으셨을테고.


지금은 나도 아부지를 이해한다. 책상앞에 앉아 책만 펴 놓은채 이어폰끼고 대가리 까딱까닥 하다가 결국 수학 40점, 영어 50점짜리 성적표 내미는 녀석을 아들로 두고 있으니. 오늘도 책상앞에 앉아 뒤통수만 보여주는 저놈이 과연 앞으로 제 밥벌이는 할 수 있을까, 심히 의심하고 있으니. 게다가 MP3플레이어 안에서 쿵짝거리는 음악들도 왜 죄다 그 모양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어쨌거나 해리빅버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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