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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좀쑤심 유전자의 비극적 결과 _ 마지막 기회라니?

by gershom 2012. 8. 19.


마지막 기회라니? _더글라스 애덤스, 마크 카워다인 / 강수정 _ 홍시


입담 좋은 영국 소설가 더글라스 애덤스가 BBC의 의뢰를 받아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과 함께 전 세계의 멸종 동물을 찾아다니며 겪은 희한한 일들을 책으로 써냈고. 2010년 그 책이 우리나라에 무려 20년만에 번역되어 출판됐다.


책을 읽다가 생각났다. 설날때인가. 차례와 세배를 드린 후 식사를 마치고 맥주를 한 캔씩 마시며 TV를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TV에선 자전거를 타고 절벽 아래로 돌진하는 인간들이 나오고 있었다. 저러다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 생각도 잠시. 이번에는 차를 타고 절벽을 기어 올라갔다가 내려 오는 인간들이 등장했다. 차가 뒤집어지고 고꾸라지고 난리가 났고 한 사람이 뒤집어지는 차 속에서 기적적으로 기어 나오는 장면 쯤. 궁금해졌다. 아시아 혹은 아프리카인들이 저런 미친짓을 하는걸 본 적이 있던가. 마침 내 옆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서 멍하니 TV쳐다보며 맥주 마시던 브라더 인 로우 그렉에게 물어봤다. 


왜 백인들은 저런 멍청한 짓을 할까? 

그렉은 나를 멀뚱하게 쳐다봤다. 

렇게 떼거지로 모여서 목숨걸고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이던데, 

니네들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좀이 쑤시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거 아냐? 

TV를 쳐다보던 그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다 백인들이네. 왜 그럴까? 

내가 물었잖아. 

어, 잘 모르겠는데. 나는 움직이는거 싫어해. 


TV로 고개를 돌리자 떼로 모여서 스카이 다이빙하는 백인들이 비행기에서 소리를 꽥꽥 질러대고 있었다.


혹시 백인들에게는 다른 인종에게는 없는 유전자가 있는게 아닐까. 지네 동네에 가만히 있으면 미친듯이 좀이 쑤시기때문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그런 유전자. 그리고 만약. 그런 좀쑤심 유전자가 없었다면. 그들이 오대양 육대주를 돌아다니며 난장판을 만드는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 그들이 배타고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도착하는 대륙마다 토착민들을 죄다 싹쓸이 하는 일은 없었을테고, 또 그곳의 유적들을 모조리 파헤쳐서 몽땅 자기들이 챙기는 일이나, 아프리카에서 나름대로 잘 살던 사람들 강제로 끌어가는 일들도 없었을텐데. 그래서 코모도섬의 도마뱀, 콩고의 코뿔소와 고릴라, 뉴질랜드의 카카포들은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 잘먹고 잘살아서 더글라스 애덤스와 마크 카워다인과 BBC방송국이 이렇게 애석해하는 사태도 안생기고.. 하는 뻘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붙여보다가. 그렇다면 2차대전도.. 쯤에서 멈췄다. 아이 앰 쏘리. 미스터 애덤스. 아, 영국사람이니 아담스라고 불러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