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

In Your Face

by gershom 2012. 2. 7.

In Your Face _ Kingdom Come _ 1989

20세기 서울 신사동 어느 술집. 어쩌다가 Bon Jovi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겨울에도 팔 걷어붙이고 다니는 선배가 소주 한 잔 꿀꺽하더니 'Bon Jovi는 헤비메탈의 화신이지!' 열변을 토하길래 '화신은 무슨 헤비메탈 화신.. 그냥 팝 메탈 밴드지..'라고 대꾸했던게 실수. 맹세컨대, 나는 비꼬거나 타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멍청했을 뿐이지. 한 30분 넘도록 본조비가 롹 음악계에 끼친 영향, 메탈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전망부터 요즘 밴드들은 싸가지가 없어..까지 선배의 사자후가 이어졌다. 생각없이 뱉은 말에 피해를 본 건 함께 술마시던 애꿎은 사람들. 장광설을 견디던 그들의 눈초리가 원망에서 안주 대신 나를 씹어먹을듯한 분노로 변할때쯤 슬쩍 도망갔던 기억이난다.

시간은 흘러 지금은 21세기. Bon Jovi는 헤비메탈의 화신까진 아니어도 롹음악계의 큰 형님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레드제플린에 비견 운운 하는 평가를 받던 Kingdom Come은 어디로 갔나.. 샤우트 섞인 하이톤 보컬엔 이언 길런이나 로버트 플랜트라는 관용구가 자동으로 붙던 시절. 끝없이 계속되던 비교가 평가절하로 이어져 소모 되어버린건가. 기교 넘치는 하이톤 보컬, 스트레이트하면서도 세련된 연주, 그리고 멜로디. 자고 일어나면 툭 튀어나오고 또 사라지던 허다한 록밴드와 그들의 음악은 달랐다라고 아직도 믿고 있다. 그 시절 내 마이마이에는 Bon Jovi가 아닌 Kingdom Come의 In Your Face를 녹음한 테이프가 늘 돌아가고 있었다.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몇 년 전 음반매장에서  Kingdom Come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는 너무 반가워서 냉큼 집어들고 집으로 달려왔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몇 곡이 흘렀다. 음.. 그러니까.. 이들은 20여년 전 그들이 아니었고 나도 20여년 전의 내가 아니였다. 89년의 나를 황홀하게 만들던 Kingdom Come은 새로 산 음반에는 없었다. Perfect O를 들으며 므흣한 상상하던 20대의 햇빛 가득했던 내 방. 그 방이 그리워져서 20년만에 이 판데기 돌리며 또 므흣해지는 오전... 





'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긍정의 열정-뉴요커  (0) 2012.03.08
돈 쫌 빌리도..Loan me a dime  (0) 2012.03.04
뉴욕  (0) 2012.02.04
생각보다 멋있는 것  (0) 2012.01.31
일요일의 마음  (0) 201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