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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뉴욕

by gershom 2012. 2. 4.

김영주의 머무는여행 03 - 뉴욕 _ 김영주 _ 컬쳐그래픽스

지난번 '토스카나'는 이거 참..뭐라고 해야 할까.. 글쓴이의 범상치 않은 예민함이 느껴지면서부터 읽는 내내 예민한 동행자와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기 끝부분 밀라노라는 도시에 들어서서 비로소 편안함을 느끼던 저자에게 뉴욕은 딱 맞는 소재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 역시 싸인과 코싸인 얽히는 그래프처럼 글쓴이의 감정라인 따라다니다가 피곤해지는 경향은 있지만 토스카나만큼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도시. 그것도 뉴욕이라는거대 도시에서 살아나간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닐텐데.. 글쓴이가 70일 동안 살면서 만난 뉴요커들은 대체로 자신이 뉴욕에 속해 있음에 만족하고 있었고 이미 우리는 잊어버린'동네'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뉴욕과 서울의 삶의 문화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뭘까 생각하다가..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피곤에 쩌든 얼굴과 함께 갑자기 도저히 불가능한 납기일 지정하신 클라이언트까지 함께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런 제기랄..


책 읽고 며칠 후 교보에 갈 일이 있어서 종로에 갔다. 어? 뭔가가 이상하다. 골목이 다 사라져 버렸다. 교보 뒷 편 종로쪽엔 공사용 펜스가 둘러쳐져 있고, 종로구청 입구엔 희한한 유리 건물에 피맛골이라고 간판이 붙어있...에서 입이 딱 벌어졌다. 친구와 고등어 구워서 막걸리 마시던 조그만 술집, 아침에 해장하러 동료와 함께 가던 해장국집까지 몽땅 다 사라졌다. 모두 부숴버렸다. 서울이라는 오래된 도시에서 살아가며 켜켜이 쌓은 독특한 문화와 거기에 얽힌 추억까지 사그리. 

낡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짓 멈추지 않는 한,  HELLO New York 앙망하며 Hi, Seoul 백날 외쳐본들, 우리는 New Yoker 짝퉁  Seoulite신세를 한탄하고 있을것이다. 삶이 흐르고 쌓여서 퇴적되어야 비로소 문화라는 결정체로 빛이 날텐데. 우리는 뭔가 쌓이기도 전에 부수고 새걸 만든다. 그것도 남의 것을 베껴서. 이른바 유사품 내지는 짝퉁을 우리는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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