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_ 필립 로스 / 정영목 _ 문학동네
전화를 받던 아버지가 갑자기 너털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아, 그래? 정말이야? 허허허.. 그래 언제? 허허허.. 그거 참 웃기는 놈일세.. 허허허.. 그래 그래 그때 보자구.'
친구분께서 소화가 잘 안된다고 투덜대시며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신 뒤 병원에 가셨는데.
이것 저것 검사를 받던 중 생각지도 못한 암이 발견되었다 한다.
날짜를 급히 잡고 입원하고 수술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상황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
슬퍼해야 할 아버지는 희한하게도 '거 참 웃기는 놈일세, 클클클' 웃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젊은 사람들과는 달리 나이 드신 분 들은 그렇게 죽음을 여유로운 태도로 받아들이는갑다 싶었다.
내가 뭘 알았겠나.. 아직 삼십도 되기 전이었으니까..
몇년 후. 중환자실 침대위의 아버지는 그때와는 달리 웃지 않으셨다.
10년간의 투병생활 동안 마지막 원이셨던 증조할아버지의 묘 이장을 마치시고 당신의 묘자리와 수의,
영정사진까지 마련해 두셨지만 아버지는 아직 돌아가실 준비는 미처 하지 못하셨던것 같다.
궁금했다. 뒤에 남기고 가는 모든것을 생각하면서도 의연했을까?
모든 기쁨, 흥분하고 기뻐했던 모든 일을 기억하며 울면서도 웃음을 지었을까?
당시에는 별 의미가 없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스스로의 나날을 잘디잔 행복감으로 넘치게 해주려고
특별히 준비되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수많은 평범한 순간들이 마음을 가득채웠을까?
아니면 자신이 두고 떠나는것에 관심을 잃었을까?
오로지, 마침내 고통이 끝나는구나, 고통이 마침내 사라지는구나, 이제 잠이 들기만 하면
이 놀라운것과 헤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만 하며 전혀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충만함을 버리고 그 무한한 무無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도, 정말 궁금하다.
예전에는 주인공을 보며 아버지를 떠올렸을텐데 지금은 그 노인의 모습에 내가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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