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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서울揶哭

by gershom 2012. 6. 3.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간다. 커피집 찾아 추적추적 비 맞으며 간다. 겨우 입맞에 맞게 세팅해 놓은 곳이 문 닫았네. 젠장. 장사가 그럭저럭 되는 편이었는데 건물주가 직접 커피집 한다고 권리금도 주지 않고 나가라 한다며 울분을 토하던 아줌마 목소리가 기억났다. 사무실 건물앞 500m 내외에 유명 커피전문점 포함 10곳의 커피집이 성업중지만 내 입맛과 주머니 사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곳은 찾기 힘들다. 비싸거나 맛이 없거나 혹은 비싸고 맛이 없거나. 커피집뿐만 아니라 식당도 마찬가지다. 전 부침을 하는 체인점이 새로 들어 섰던데 그 자리는 원래 냉면 체인점이었고 그 전에는 감자탕 체인점이었다. 그 전에는.. 뭐였더라? 어설픈 부침들과 사이다 섞은것같은 막걸리를 보아하니 이 집도 1년 반 후면 다른 종목으로 바뀔것이다. 


촘촘한 타일외벽이 예쁘던 영락병원은 황량한 유리 건물로 바뀌었고 을지로 가는 골목 골뱅이 집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소주 한 잔 마시고 그냥 집에 가기 아쉬울 때 들리던 지산슈퍼. 의자에 앉아 병맥주 시키면 오징어 구워서 플라스틱 간이 테이블에 올려주던 그곳도 지금은 공사펜스에 둘러싸여있다. 현수막 내걸고 생존권 사수를 외치던 중앙극장 옆 골목의 가게들. 재개발 업자들은 얼굴에 솜털 보송보송한 청년들을 동원해 가게 사람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알록달록 컬러의 펜스를 세워버렸다. 매일 매일 변화하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강박속에 살아간다. 원하던 원치 않던. 우리 삶이 차곡차곡 고여있던 자리엔 돈의 논리가 어설픈 부침처럼 쌓이고 산뜻한 유리 건물로 치장된다. 뭐 어쩔수 있나. 쇼윈도 그라스엔 눈물이 흐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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