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by gershom 2011. 4. 11.

egloos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역사지리학자 최영준의 농사일기 _ 최영준 _ 한길사

 

작년에 신문 책소개란에서 봐 두었는데 제목은 물론 저자의 이름도 곧 까먹어버린 닭대가리.
서점에서 오랫만에 느긋하게 책구경하던 어제. 인문학 코너 맨 구석 아래부분에서 드디어 발견.
이 맛에 서점을 찾지..하는 기분이 삼삼합니다.

20여년 전 홍천강변을 뒤져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고 개발의 변화가 가장 더딜것 같은 땅을 찾은 저자가 
자동차 길이 없어서 농로를 따라 2km를 걷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1km의 고개를 다시 넘어야 하는 오지.
그냥 학생을 가르치던 서생이라 스스로 칭하던 대학교수가 폭우를 맞으면서 논에 물꼬를 내고, 
뙤약볕 아래에서 손이 갈라져라 묵묵히 김을 매고 돌을 캐내는 농사꾼이 되어가는 이야기.
어제는 깨를 털고 오늘은 탈곡했다는 농사 이야기로 빼곡한 이 700쪽에 육박하는 책을 
어제와 오늘 꼬박 의자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읽었다.

폭염과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작물속에서 가늘게 살아나는 여린잎 한줄기를 보며 포기하지 않고, 
태풍에 무너져 버려도 끈질기게 다시 쌓은 밭을 갈며 적어나간 20년 농부의 기록을 읽으며 감동하다.
콘크리트와 쇠에 둘러싸여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남편과 아버지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