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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책을 읽는 기쁨 - 또 한 권의 벽돌

by gershom 2012. 3. 17.

 

 

 

또 한 권의 벽돌 _ 서 현 _ 효형출판

갈레누스Aelius Galenus(129~199)로부터 정퉁성을 찾는 외과의사들은 대학교육을 통해 직업을 전승한다. 이들의 교육목표는 취업이 아니고 혼자 세상을 헤쳐나가는 외과의사의 양성이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라는 실무교육을 모두 거친 후에야 전공의사가 된다. 
대학은 직업훈련을 위해 시작되지 않았다. 대학은 자유로운 교양인을 양성하기 위한 곳이었고 그래서 대학에서 공부해야 할 것들은 교양
Liberal arts이었다. 세월이 지나 전공이 분화 되면서 공부는 직업과도 연결되기 시작했다. 공학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연간에 설립된 기술학교Ecole Polythechnique를 통해 그 교육의 제도화를 시작했고 지금은 대학 편제에 들어왔다. 

편제가 어찌 바뀌든 여전히 대학에 남아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다. 좀 더 멋있게 말하면 지적 사고의 자유. 대학과 그 졸업생에게 중요한 가치는 졸업하는 순간, 그가 평생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고를 갖추었느냐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평생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거기에는 졸업 후 그 전공의 현장에서 즉시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느냐는 것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현장 적응 능력은 직업훈련학원에서 기대해야 하는 가치다. 
대학이 직업훈련기관의 일부 역할을 떠안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 진학하면서 우연히 선택하고 삼사 년 공부한 전공을 인생의 유일한 가능성으로 알고 살아야 한다면 대학은 자유의 공간이 아니라 업보의 형틀이다. 고작해야 교수들의 직업구분인 전공이 그보다 수백 배도 더 다양한 사회인의 존재 방식을 규정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오만이다. 아시는가. 당신 앞에 놓인 컴퓨터는 컴퓨터를 구경도 못해본 사람들이 처음 만들었다는 것을. 그들의 전공은 컴퓨터공학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 건축 얘기를 해보자. 건축과는 건축을 교육하고 건축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요즘처럼 건축architecture이 집 짓는 일을 지칭하는 단어로 바뀐것은 사 백 년 정도도 되지 않는다. 그 이전 그리스어로 쓰인 건축가architekton는 무언가를 만드는 이tekton들의 계획지휘감독자archi였다. 나는 이 단어의 사치가 대학에서 건축과를 유지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내가 가르친 졸업생들이 건물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 졸업 후 일 년 더 놀겠다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내게 중요한 가치는 이들이 과연 어떤 일이든 그 일의 계획감독 책임자가 되고 그 작업의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의지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신입사원들이 현장 실무 능력이 없다고 불평하는 주인의 회사에 절대로 입사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들은 신입사원들을 복사기처럼 쓰다가 새 모델이 나오면 곧 용도 폐기할 것이므로. 그 집단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므로.... p204~ 207

방바닥에 들러 붙어서 하는 일이라곤 책 들춰 보는 것과 멍청하게 음악 듣는 것 밖에 없다. 단조로운 생활에 지쳐 책 읽는것도 심드렁해 질때. 눈은 행을 따라 움직이는데 머리는 멍한 상태. 이런 상태가 며칠간 계속될 때 이런 글을 만나면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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