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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20220624

by gershom 2022. 8. 30.

빨리 가야지 생각 밖에 없었다. 
올림픽도로 반포에서 김포까지 추월을 하고 또 추월하며 달렸다.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는지, 있다면 어디 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정신 없이 액셀을 밟았다.
전화가 왔다.
'쉴락원 김포 장례식장입니다. 김말연님 유족분 되십니까?'
'..지금 병원을 가고 있는데.. 무슨...'
'병원에 도착하시면 사망진단서 발급 등 절차를 말씀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네? 지금 어머니 위독하다고 해서 병원가고 있는건데..'
'아, 네...'
'지금 저한테 이런 전화 거시는거 아닌거 같아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네, 죄송합니다.'

아침에 출근한 뒤 팀 스케줄 회의를 위해  10:30에 회의실을 예약하고
회의 전 건물 1층 흡연구역으로 내려가 요양보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에 동생이 병원에 전화해보니 엄마 상태 안좋으시다고 하던데..
옆에서 보시기엔 어떠세요?'
'예, 좀 많이 안좋으세요.  산소포화도도 많이 떨어지고 지금 간호사님들이 손보고 계세요. 

예? 아, 잠깐만요. 간호사 선생님 바꿔드릴께요.'
'여보세요,  아, 네. 보호자시죠? 지금 상태로써는요, 어저께까지는 스투퍼로스라고 
혼돈 상태셨는데, 오늘 아침부터는 코마라고 혼수상태에 빠지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산소포화도가 너무 떨어져서 지금 10리터를 드리고 있고, 
여러가지로 센스를 체크하고 있는데 현재 자가호흡도 지금 굉장히 약해지고 있어요. 
호흡도 약해지면서 폐도 서서히 안좋아지시고 심장 뛰는 것도 안좋아지고 있고, 
혈압 떨어지고 있고, 또 한가지는 전체적으로 혈액순환이 안되셔서 몸이 다운되시면 
눈동자가 말초혈관이기 때문에 이렇게.. 고정이 되시거든요. 
눈동자가 핀포인트라고, 말하자면 동공반사가 없으세요. 
현재 호흡은 하고 계신데 언제 호흡이 끊어질지 모르는 상태거든요. 
원장선생님이 오늘을 넘기기 힘드시다 그래서 12시에 뵙자고 그러셨는데, 
그.. 지금 상태에 따라 달라지시겠지만.. 저희가 평균적으로 보자면 현재로서는 
조금 그.. 예..오늘..이라도.. 언제라도... 안 좋아지실 수 있네요..'
'그러면 혹시 가족들이 지금 가서 볼 수 있을까요?'
'네, 그래서 원장선생님이 12시에 만나시고 가족들이 방호복 입고 볼 수 있도록 
하시려고 하거든요.. 예, 임종이라도 보실수 있게.. 현재 상태가 많이 안좋으세요.. 
언제라도 호흡이 멈출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 일단 12시에는 동생이 먼 갈 거구요.... 그리고.. '

갑자기 울컥 올라와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도 준비를 좀..  네.. 하고 있겠습니다.'
'네, 임종에 대해서 좀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여러가지로 상태가... 좀... 
돌아오시기가 힘들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사람들 눈을 피해 구석으로 가서 눈물을 닦으며 담배를 물었다.
요양보호사로부터 전화가 다시 왔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지금 오시는게 좋겠다고 하는데요.'
요양보호사님 목소리 사이로 불길하게 삐삐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을 참고 동생과 형에게 전화를 걸고, 팀원들에게 얘기한 뒤 병원으로 향했다.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눈물을 참아보려 했지만 흐느낌은 곧 엉엉 울음으로 바뀌었다. 
'엄마.. 엄마... 엉 엉 미안해.. 엄마, 엉 엉 나 갈 때까지 잠깐만 기다려...엉'
회사에서 11시에 나왔는데 김포 병원에 도착하니 11시 40분이었다.

엄마는 어제 병원으로 이송될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누워 있었다.
원래 하얗던 얼굴은 더 하얗게 변해 있었다.
하얀 엄마 얼굴 붙잡고 울었다. 
엄마가 이제 더이상 내 말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아서 더 울었다.
이렇게 누워 있는데. 혹시 의사들의 판정이 잘못된 건 아닐까. 
어쩌면 잠시 의식을 잃은 건데 우리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엄마 몸은 점점 차가와졌고 얼굴은 하얗다 못해 투명할 정도로 변해갔다.

엄마.. 병원에 이틀만 있겠다고 하더니, 정말 이틀 동안만 병원에 머물렀네.
참, 엄마. 너무해.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 있어. 떠난다는 말도 하지 않고 가시네.
왜이렇게 나에게만 모질까...  원망과 후회와 회한과 미안함 등이 뒤섞여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로 뭉쳐져 가슴을 헤집고 짓눌러댔다.
덩어리는 가슴속에서 심장을 짓누르기 시작해서 머리로 얼굴로 어깨로 온 몸 근육으로  
내장으로 확장하며 몸뚱아리 전체를 헤집고, 누르고, 찢고, 헤치며, 밀고, 벌리고, 썰어댔다. 
애간장이 녹는다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오전 11시 15분. 
공식적인 엄마의 사망 시각.
진현이가 들어오며 할머니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4월 중순. 싫다는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았다.
마침 형이 엄마 좋아하는 통조림을 사서 집에 왔기에 엄마를 함께 부축했다. 
날씨는 따뜻했고 게다가 화창했다. 
목련은 다 졌지만 동백꽃이 아직 피어 있었고 진달래도 한창이었다. 
휴대용 산소발생기 연결하고 엄마를 안아서 휠체어에 앉혔다.
아파트 내부 길을 한바퀴 돌며 형이 사진을 찍었다. 
왜 그 때는 몰랐을까. 
동백꽃 무리 앞에서 찍은 사진, 내가 밀고 가는 사진, 진달래 꽃 밑에서 찍은 사진.
햇빛을 이기지 못해 거의 눈을 감고 있는 엄마, 고개를 가누기 힘들어 꺾인 엄마,
마치 떨어질까 걱정이 되는 듯 휠체어의 팔걸이를 꽉 부여잡고 있는 엄마, 
모든 것이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찡그린 표정의 엄마.
그 때는 미처 살피지 못했던 엄마의 표정과 세세한 동작이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왔다. 
손은 말라서 뼈만 남아 있었고 살갗과 뼈 사이에는 핏줄만 튀어 나와 있었는데, 
휠체어에서 떨어질까 무서웠는지 팔걸이 봉을 너무 꽉 잡은 나머지 
뼈와 핏줄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사진속 앙상한 엄마의 손을 보니 애처로움과 미안함이 마음속에서 징징 요동쳤다.
엄마는 휠체어를 타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그렇게 싫었고 또 무서웠던 것이다.

그렇게 힘들고 무서워하는 줄 몰랐어 엄마. 
아니 몰랐던 것이 아니라 난 엄마를 잘 안다고, 잘 이해하고 있다고 오해 했었나 봐.
엄마 그렇게 아팠던 것, 힘들었던 것, 무서웠던 것, 원망스러웠던 것, 
화 났던 것, 그리웠던 것,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즐거웠던 것 들을 나 혼자 판단하고

이럴 것이라 넘겨 짚어 생각하면서 엄마에게 주의 깊게 기울이지 못했어.
지금 보니 엄마를 제대로 이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네. 
그리워서 엄마 사진을 넘기다 보니 내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 보여.
휠체어 난간을 꽉 쥔 손.
파란 정맥이 보일 정도로 마른 손. 홀쭉 들어간 엄마의 배. 푹 꺼진 두 뺨.
엄마 옆에서 이빨 닦아주고, 밥에 반찬 얹어 줄 땐 안보이던 엄마 야윈 모습이
엄마 없는 엄마 사진 속에서 이제야 하나씩 하나씩 보이네.

엄마가 나한테 그랬지.
"니 내한테 자꾸 이러면 나중에 후회한다!"
나는 후회 안할 줄 알았지. 
엄마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해서, 엄마가 너무 가족들을 못살게 굴어서, 
그런 엄마가 지긋지긋해서 나는 엄마 가도 절대 후회 안할 줄 알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매일 엄마 사진 보면서 울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엄마.
엄마와 함께 더 오래 있었다 해도 엄마를 오해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
엄마도 나를 오해했듯이.
얼마나 크고 작은 간극인지 그 차이만 있을뿐
결국 부모자식간이던 부부간이던 형제간이던 
사람들 사이에선 오해없는 완전한 이해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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