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

2014.9.1_종로에서 광화문까지

by gershom 2014. 9. 1.



이곳에만 오면 고향에 온 느낌.

조계사 앞 고색 창연한 농협 건물. 때려 부시지 마시길 간절히 바란다.

종로구청 쪽으로 대각선 길 건너 백부장집은 아직 건재.




종로구청 앞에서 좌회전 하면 청진동 해장국집들이 주루룩 있었는데..

있었는데..

있었..




친구들과 누비던 피맛골과 청진동 골목들은 모두 사라지고 거대한 건물들이 들어섰거나 들어서고 있다..

그곳이 맞는가 뒤를 돌아 확인해 보니.. 종로구청. 여기가 거기 맞는데... 거기가 아니다.




17년 전.. 초겨울 새벽. 친구와 2차까지 끝내고 마지막으로 들렀던 청진동 해장국집.

둘 다 취하기도 했고 노래방의 여운도 남아서 소주를 마시며 조용필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낄낄 댔다.


니들 그 노래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부르니? 


술이 확 깼다. 느닷 없는 질문 때문에. 

초라한 해장국집의 모습과 대비되는 분위기의 질문자 미모 때문에.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소주를 마시던 누님은 당황한 우리를 보고 빙긋.

소주병과 술잔을 우리 테이블로 턱 옮기고 자리를 잡은 누님은 

소주 한 잔 털어 넣고선 흠 흠 목을 푼 다음 노래를 불렀다. 

그 겨울의 찻집이었나, 허공이었나..

그런 노래 처음 들어봤다. 애잔하고 처연한 조용필.

그 새벽에. 해장국 집에서. 

세상을 달관한듯한 아지매가 부르는 싸늘한 뽕짝.

그 뒤로 몇 곡의 노래를 더 불렀는지 기억 안나는데..

하여간 내 기억속의 청진동은 이제 없다....



목적지 도착.



한 번은 가봐야지 하는 의무감 때문에 가긴 했지만..

한국은 참 슬픈 나라구나. 



피맛골은 없어져도.



공안과는 남아있다.

저 SK빌딩 자리에 스타더스트 호텔이 있었던가.. 가물가물 하네..

광화문에 버스타러 매일 걷던 길인데..


레스토랑도 있고 맥다날도 있던 4~5층짜리 벽돌 건물들은 모두 사라진 자리에 거대한 빌딩들이 들어선다.

사람들의 삶이 쌓여 퇴적된 자리를 뜯어내고 들어서는 삼성민국. 현대나라. 리퍼블릭 오브 LG. SK랜드...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0715  (2) 2016.07.15
休 ~  (1) 2016.05.02
15만원 들여서 머리 아프게 하는 법  (0) 2013.08.31
아름다운 소리 _ 쿠르베  (3) 2013.06.10
서울揶哭  (0) 2012.06.03